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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사회적금융 Social Finance

사회적금융연구원 2024. 10. 3. 09:36

왜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인가

신용을 매개로 금융이 작동되는 사회에서 신용을 잃었다는 건 곧 금융시장에서 배제되었다는 뜻입니다. 현재 신용거래를 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약 10∼15%가 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기준선 이하의 신용 점수 때문에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일컬어 「금융 결핍financial lack」이라고 부릅니다.

 

신용도와 신용 공급 상관관계

 

현실 금융에서 이 공간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부유한 국가라 하더라도 돈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는 금융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시장에서 배제된 금융소외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건강한 시민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과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사회적금융」의 역할입니다. 시장실패로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 안에서, 시장금융과 다른 문법과 접근 방식을 통해 포용적인 질서를 창제創製하는 것입니다.

 

 

 

연구원이 정의하는 사회적금융이란

시장실패로 인한 금융 결핍을 메우는 것

 

사회적금융은 시장금융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사회적금융이 이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운다면, 금융소외자가 줄어들고 많은 사회구성원이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금융의 사회성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금융의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1위 국가는 금융산업의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아니라 금융 공백의 크기가 가장 적은 나라입니다. 공백이 적을수록 금융이 잘 발전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를 위한 금융 지원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영역으로 대표적인 사회적금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지원금융은 사회적 금융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닙니다. 시장실패로 인한 금융 공백은 우리 사회에 훨씬 넓게 존재합니다.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사회적금융」이라는 도식은 사회적금융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입니다.

 

한국적 맥락에서 금융 공백 즉, 사회적 금융이 요구되는 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➊금융 취약계층의 탈빈곤을 돕기 위한 포용 금융, ➋협동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호혜 금융, ➌혁신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임팩트 금융, ➍낙후된 지역과 지방을 살리기 위한 지역공동체 금융입니다. 현실에서 네 영역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따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금융 결핍을 메우는 4가지 금융

포용 금융 inclusive finance은 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금융을 말합니다. 무담보 소액대출을 포함한 마이크로금융micro-finance이 대표적입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금융, 금리 갈아타기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사업. 회생이나 파산절차 등 상환 여력이 없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호혜 금융 reciprocity financing은 일정한 공간 또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금융질서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활 공동체, 생활협동조합, 활동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공제조합을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스로 돕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자조自助 금융이라고 부릅니다.

 

임팩트 금융 impact finance은 사회적경제기업, 소셜벤처 등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기업 및 사회목적 사업을 돕기 위한 금융을 말합니다. 투자회사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펀드에 투자하는 행위, 시민들의 투자한 자금을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 정부가 공공기금을 통해 혁신기업을 위해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 등이 이 영역에 속합니다.

 

지역 금융 community finance은 낙후된 지역,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CDFIs, 독일의 공공은행Landesvank 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지역에 밀착해 관계형 금융을 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공동체은행 등 지역 금융기관들(미국)도 없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은행(독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흔히 서민금융기관이라 불리는 신협과 새마을금고도 지역 금융기관이라 부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한국의 지역 금융은 심각한 작동 불능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적금융의 위치와 영역, 경로 2022년

 

 

한국의 사회적금융 생태계는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는 단계입니다.

 

시장금융의 크기와 영향력에 비하면, 양이나 질 모두 부족합니다. 사회적금융의 네 영역을 시장 규모와 발달 정도로 살펴보면, ➊포용 금융이 가장 앞서 있고 ➌임팩트 금융은 조금씩 영역을 키워가는 단계이며, ➋호혜 금융과 ➍지역 금융은 가장 미발달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일 뿐, 향후 금융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포용 금융이 공공 영역 안에 편입되어 제도화된 것처럼, 임팩트 금융이 시장금융에 흡수될 수도 있고 역으로 시장금융을 흔들어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호혜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층위에서 자신들만의 독립적 영역을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적금융은 시장금융과 다른 방식과 흐름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흐름과 질서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바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들입니다. 사회적금융의 미래는 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이들이 어떤 미래를 꿈꾸고 또 이루어가는가에 따라 생태계의 미래는 바뀌게 될 것입니다.

 

출처 : 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이야기, 문진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