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에 금융을 흐르게 하라”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혹독한 경제상황 속에 싹틔운 따뜻한 금융
돈이 위기 극복하고 지역 번영에 기여해야
다양한 사회적 경제 형태 품을 수 있는 금융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과 도매기금 역할 중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역사나 규모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의 성지(mecca)라 불릴만한 곳이 세 개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캐나다 퀘벡이 바로 그 곳이다. 이들은 어떻게 사회적 경제를 자원 순환과 경제의 근본 원리로 삼을 수 있었을까? 열쇠는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황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혹독한 환경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하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 이른바 경제의 혈관이라 불리는 금융이 기여한 바가 무척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 곳에서 활용했던 금융수단 및 구조가 각기 상이하다는 점이다. 몬드라곤은 은행을 통해, 로마냐는 다양한 기금을 통해, 퀘벡은 신협(신용조합)이 핵심적인 금융 기제로 작용했다.
몬드라곤이 ‘은행’이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신용조합들이 개인들을 상대로만 거래를 해서 협동조합(법인)에 자금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금융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노동금고(Laboral Kutxa)다. 1959년에 설립된 노동금고는 몬드라곤 공동체에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만일 이 은행이 없었다면, 1980년대 초반의 대침체기에 상당수 협동조합들이 경영난에 봉착했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에 기금이 활성화된 것은, 당시 이탈리아 전반적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은행 시스템이 덜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들끼리 다양한 기금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1886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이 지역 협동조합들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레가코프(legacoop)가 대표적인 사례다. 레가코프 협동조합은 단위 협동조합들이 모은 돈으로 발전기금을 만들어, 협동조합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계속)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7664.html
'칼럼 및 기고 >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사회적경제 기업은 비옥한 금융 생태계에서 자란다 (5) | 2024.10.11 |
---|---|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촉매 자본’으로 금융사에 ‘넛지 전략’ 펼치자 (0) | 2024.10.11 |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우리도 독일처럼…‘에너지 은행’ 정부가 나서서 만들면 어떨까 (0) | 2024.10.07 |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내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다면? (0) | 2024.10.07 |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관계금융 실현하는 지역밀착 공공은행 만들자” (1) | 2024.10.07 |